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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를 찍고 돌아오는 길,지난 10년간 꼭 찍고 싶었던 장면을 상상하고 머릿속에 간직한 그림 그대로 찍어서 참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저는 먹는 일에 같은 증상이 있어요. 한번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 머릿속에 그림 그린 대로 먹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요즘 체중 조절 및 체지방 관리로 샐러드와 채소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자주 먹어요. 동네 파리바게뜨에 가서 빵을 사고 나오는 길, 저스트 소비뇽 블랑(JUST Saubignon Blanc)이라는 미니 와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영상이 계속 맴맴 돌면서 소비뇽 블랑 마실 생각을 하면 입에 침이 고이는 거죠. 먹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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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강의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 와인앤모어 대치점을 들렸어요.저는 속으로 와인앤모어를 가면 용량별로 입맛대로 소비뇽 블랑이 있을 거라 생각했죠.그냥 쏙 집어서 오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소비뇽 블랑이 종류가 생각보다 적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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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킴 크로포드, 클라우디 베이, 러시안 잭 등등하고 다시 몇 종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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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 와인 21닷컴 기자들이 모인 단톡방에 최근 소비뇽 블랑 즐기신 분이 있냐고 여쭈니 소비뇽 블랑에 거부감이 있어서 한동안 멀리하고 계신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이유는 너무 피망 향과 산미가 강한 게 부담스럽다는 거여요.그러고 보니 저도 와인 큐레이터를 통해 소개하는 머드 하우스 소비뇽 블랑과 울쉐드 소비뇽 블랑 외엔 소비뇽 블랑, 타쿠 소비뇽 블랑, 타쿠 소비뇽 블랑 핑크 외엔 새로운 소비뇽 블랑을 전혀 탐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한때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띄우던 우리 소비뇽 블랑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래서 내친김에 구글 포토와 시음 노트, 기록을 쭉 살피며 소비뇽 블랑에 대한 제 나름 정리를 해봤어요.와인을 즐기기 시작하면, 가장 흔히 만나는 품종 중 하나가 카베르네 소비뇽이죠.이 품종은 백포도인 소비뇽 블랑과 적포도인 카베르네 프랑 접합으로 탄생했어요.18세기 프랑스에서 확인된 소비뇽 블랑은 다른 프랑스 포도 품종처럼 전 세계로 뻗어 나갔죠.각 나라별로 소비뇽 블랑은 다른 풍미와 스타일을 지니게 됐어요.먼저 소비뇽 블랑 시작점인 보르도부터 볼까요?보르도에서 소비뇽 블랑은 구조를 더 잘 살려주는 품종인 세미용과 블렌딩됩니다.
그라브 지역, 특히 소테른이 유명하죠. 보르도에서 2개 강 사이라도 불리는 앙트레 드 메르 지역 화이트 와인을 고르면 가성비 좋은 와인이 많아요.이 동네 소비뇽 블랑 블렌딩 와인은 색이 좀 옅고, 은은한 허브와 자몽과 레몬, 풋사과와 딱딱한 복숭아 풍미를 지녀요. 금방 잔디 깎은 냄새는 스치듯 느껴집니다.
세미용은 멜론과 약간 밀랍 향을 더해주죠. 대부분 오크 숙성하지 않지만, 살짝 숙성시킨 보르도 블랑은 바닐라 향이 스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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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파리인 정원으로 불리는 르와르 밸리 상세르로 가볼게요. 르와르 밸리에서 소비뇽 블랑은 품종 자체가 지닌 특성을 그대로 정말 잘 전달해요. 소비뇽 블랑으로 이름 붙이지 않고, 상세르라고 지역 이름을 달고 팔리죠. 보르도 블랑보다 가격이 살짝 높아요. 이곳 소비뇽 블랑 와인, 즉 상세르 와인은 창백한 금색, 우아한 젖은 돌, 부싯돌과 같은 미네랄, 자몽, 풋사과 향을 내요. 복숭아, 금방 자른 허브, 녹색 피망 향도 은은하게 느껴지죠. 제가 상세르 소비뇽 블랑에서 제일로 치는 건 바로 잔에 따르고 정지향에서 느껴지는 생쌀 냄새에요. 오크 숙성된 와인은 찾기 힘든데 오크 숙성한 와인도 구조가 좀 더 좋은 정도지 오크 풍미가 직접적으로 느껴지진 않아요. 간혹 부싯돌 향이 강해서 거의 훈연 향처럼 느껴지는 와인도, 감귤류 곯은 부분에서 나는 지린 향이 강한 와인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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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벗어나 소비뇽 블랑이라고 하면 뉴질랜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죠. 특히, 말보로 소비뇽 블랑이 유명하고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은 아주 싼 와인부터 비싼 와인까지 있어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피망 향이 굉장히 강하고 잘 익은 복숭아, 자몽, 레몬,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실 향을 지녀요. 뉴질랜드 가면 먹을 수 있는 피조아라는 과실이 있는데 그 향도 압권입니다.
뉴질랜드에 가시면 피조아로 만든 다양한 초콜릿과 과자가 있으니 선물로 사셔도 좋아요. 강렬한 피망 향에 날이 선 산미로 뉴질랜드 와인을 전 세계 와인 지도에 올린 건 좋았는데요.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질리는 소비자가 많이 생겼어요. 최근엔 이 피망을 좀 잠재운 세련된 소비뇽 블랑이 많이 생산되고 있으니 한동안 소비뇽 블랑을 꺼리셨다면 다시 한번 시도하셔도 좋을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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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소비뇽 블랑은 애들레이드 힐스와 서호주 마가렛 리버, 그리고 태즈매이니아가 맛있어요. 피망, 구즈베리, 레몬, 라임 풍미가 적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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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파 밸리와 소노마 밸리로 가면 좀 재미난 이야기가 있죠. 미국에는 미국 소비뇽 블랑 클론이 있어요. 이 소비뇽 블랑 클론이 그대로 칠레에 전달되었고요. 미국 소비뇽 블랑은 보르도 블랑 약간 윗급 가격에서 상세르 와인 가격대가 많아요. 색은 진한 볏짚색이 많고, 레몬과 라임 풍미, 홍자몽, 키위 풍미를 특징적으로 지니죠. 풋사과 대신 잘 익은 붉은 사과와 멜론 향이 약간 느껴지고요. 태국 음식에 주로 쓰이는 레몬그라스, 타라곤 같은 허브 풍미도 일품이고요. 미국 소비뇽 블랑은 오크 숙성해서 퓌메 블랑이라고 불리는 게 있는데, 약간 쌉쌀하면서 묵직하고 고급 진 느낌이에요. 오크 숙성한 만큼 가격대도 높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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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로 건너간 미국 소비뇽 블랑은 칠레 해안가에 가까운 포도원인 리마리 밸리, 카사블랑카, 비오비오 이런 서늘한 지역에서 자라요. 전반적으로 풍미 강도가 아직은 약하고 라임 느낌과 미네랄 풍미를 특징적으로 지니죠. 브로콜리나 양배추 생으로 먹을 때와 비슷해요. 하지만, 일부 생산자 소비뇽 블랑은 장기 숙성 잠재력을 지니는 최고 품질로 생산됩니다.
6년 숙성한 소비뇽 블랑도 작년에 만든 와인 같죠. 국내 에노테카를 통해 만날 수 있는 벤톨레라 소비뇽 블랑이 몸값이 상당하지만, 가격 할인 기회가 있다면 최소 3병 정도 쟁여두고 드셔보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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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남반구로 간 김에 남아공으로 가볼까요? 남아공 화이트 와인으로는 슈냉 블랑이 유명하지만, 소비뇽 블랑도 장난이 아니에요. 오크 숙성하지 않은 남아공 소비뇽 블랑은 서늘한 기후인 엘림(Elim)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허브, 녹색 피망, 레몬과 라임 풍미가 좋죠. 더운 기후에서는 복숭아 풍미가 좋고요. 남아공 와인은 덜 알려져서 그렇지 진짜 잘 만들어요. 와인 비전에 있는 와인 가게에서 사실 수 있는 남아공 소비뇽 블랑 정말 좋으니 한 번 사서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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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서도 좋은 소비뇽 블랑이 나와요. 우코 밸리는 해발고도가 높아서 서늘하고 석회가 감싼 화강암 토양을 지녀 미네랄 풍미가 탁월한 소비뇽 블랑이 생산돼요. 아르헨티나 와인은 한 가지 현지 가격은 괜찮은데, 안데스산맥 넘는 비용이 더해져서 가격이 높아지는 문제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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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북반구로 갈게요. 오스트리아입니다.
오스트리아 남부 스티리아(슈타이어마르크)지역은 소비뇽 블랑과 동일시해서 기억해두세요. 국내엔 테멘트, 자틀러호프, 그로스 소비뇽 블랑을 사실 수 있는데요. 엄청난 미네랄 풍미와 균형 잡힌 산도, 고급 진 풍미를 지니고 있어요. 토양에서 오는 쿰쿰한 미네랄 풍미가 정말 훌륭하죠. 쿰쿰한데 훌륭해요.그리스 소비뇽 블랑도 되게 괜찮아요. 특히, 게로바실리우가 만드는 소비뇽 블랑은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국내에 들어오면 상반기 넘기기 전에 완전히 판매되는 와인이니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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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해산물, 각종 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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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전이나 해물파전, 부추전 등등
소비뇽 블랑은 다양한 음식과 즐기기 좋은 와인이에요. 회, 굴부터 시작해서 무침, 샐러드, 애호박전, 통닭, 항정살, 간장 양념치킨까지 다 잘 어울립니다.
허브, 허브에 재운 닭고기, 각종 샐러드는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잘 어울려요.잠시 잊고 지냈던 봄을 닮은 와인 소비뇽 블랑, 봄이 오는 길목에 즐겨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