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MR카드에 지지 않는 늙은이입니다.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2018)

 체감하기에는 90년대 생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지 않을까 싶다.

오죽하면 공직사회에서 이 책을 본떠 90년생 공무원이 왔다는 책자까지 냈을까.우리 사회가 90년대생에게 갖는 관심은 이 책의 출간을 전후해 크게 달라진 듯하다.

저자가 정리하는 90년대생의 특징은 세 가지다.

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솔직하기도 하고이를 증명하기 위해 공무원시험 준비부터 햄버거 소비까지 90년대 학생들은 여러 가지를 반영하고 있다.

세 가지를 무시하면 직장 사건이나 기업이든 1990년대생에게서 외면당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 위해서다.

세대론이란 그럴 수밖에 없지만 책이 90년생을 지나치게 일반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80년대생과 90년대생, 2000년대생이 얼마나 다른지, 90년생은 89년생과 99년생 중 누구와 정서가 비슷한지 의문이다.

나는 젊은 세대라는 말에서 보듯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치아와 후반에 태어난 치아가 다시 갈라진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 초반 출생자는 학교에서 얻어맞은 마지막 세대이고 후반 출생자는 얻어맞지 않아 학교에 다닌 첫 세대다.

사회적 폭력에 관한 감수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책 논지를 빌리면 참으로 무서운 90년대의 삶은 사회에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붙여서 세밀히 관찰하는 책이 나올 때가 됐다.

대한민국은 안으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공화국인가. 전직 법무부 장관의 부인이 자녀 입시 부정 등의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됐다.

법대 교수이기도 한 그 남편은 사회정의를 앞장서서 외친 사람이었다.

그는 합리와 성찰, 공정을 진영을 막론하고 지켜야 할 가치로 꼽았다.

아직도 그는 어린 또래의 청년들에게 그 가치를 지킨다고 할 수 있을까.이제 우리가 정말 신경 써야 할 것은 산술적 통계나 공무원시험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오늘날 한반도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 쫓겨나게 된 이유인 1990년대생이 공무원이 되려는 것은 이런 모습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로 바늘구멍 학위이자 한 가정의 자제에게는 넓은 개선문이 될 것으로 드러났다.

바늘구멍만 뚫어야 하는 이들은 공무원 학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시험 OMR 카드는 부모가 누구인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묻지 않는다.

정답·오답만 따지는 OMR 카드는 어느 노인보다 든든한 존재다.

공무원시험장 입구 *출처 : 경향신문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의 결과’를 약속했다.

「무엇보다 먼저 취직하고 싶다」라고 맹세했다.

취업대란과 조국 사태에서 보듯 민간기업과 전문직에서 그 약속은 공염불이 되고 있다.

공무원 정원 확대는 문 대통령과의 약속 속에 그래도 지켜지고 있다.

그들은 지금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하고 있는데, 당연히 혈연, 지연, 학연은 일종의 적폐이다.

90년대생이 공무원을 원하는 이유는 많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하는 세대에게 유일하게 남은 공정한 채용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배꼽도 종류가 있는 유능한 데다 정직한 진대, 유능하지만 부도덕한 진대, 무능하지만 정직한 진대, 무능하고 부도덕한 진대. 최악은 당연히 끝이다.

90년대생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면서 자신에게는 능력을, 사회에는 공정을 기대한다.

미래를 지키는 것 아닌 자신의 아이만을 지키려는 선배 세대들은 최악이다.

–이 정부 사람들은 4종류의 “노인”어느 쪽에 속하나.

지난 정권 때는 20대가 거리를 메우는 시위가 많았다.

◆현 정부 들어 그런 시위가 줄었다.

청년들이 더 살기 좋아져서가 아니다.

시위에 나설 만한 시간적 경제적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 지친 젊은이들은 능력도 없고 부도덕한 늙은이들을 조용히 포기할까 두렵다.

늙은이보다는 OMR 카드를 믿는 이들이 앞으로 30년 이상 이사회를 이끌어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